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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영상기획(86)] 서시/ 이시영

구름에 달 가듯이 2011. 5. 4. 08:24

 


 

 

서 시-이시영

 

어서 오라 그리운 얼굴

산 넘고 물 건너 발 디디러 간 사람아

댓잎만 살랑여도 너 기다리는 얼굴들

봉창 열고 슬픈 눈동자를 태우는데

이 밤이 새기 전에 땅을 울리며 오라

어서 어머님의 긴 이야기를 듣자 

 

<197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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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감상: 문태준 시인]
  • 이시영(59) 시인을 떠올리면 그가 늘 쓰고 다녔던 검고 둥글고 큰 뿔테 안경과
    그 너머의 빛나는 안광(眼光)이 생각난다.
    깡마른 체구와 또각또각 한마디씩 끊어가며 내놓는 정직한 말이 생각난다.
    그는 1974년 문인들의 민주화운동 조직이었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 결성에 참여한 이후
    엄혹의 시대와 맞서는 문인의 길을 걸었다.

  • 이로 인해 연행되고 구금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1989년 《창작과비평》 주간으로 있을 때 황석영의 북한 방문기
    <사람이 살고 있었네〉를 잡지에 게재했다는 이유로 구속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유신 철폐를 위해, 구속 문인과 양심수 석방을 위해,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
    노동자의 살 권리를 위해 국가 폭력에 맞서고 분연히 일어나 싸웠다.
    그런 체험과 시대에 대한 울분을 선혈(鮮血)의 언어로 기동력 있게 쓴 것이 그의 민중시였다.

  • 첫시집 《만월》에 수록되어 있는 이 시에도 그의 발자취와 육성이 살아있다.
    이 시는 어둠의 시대를 살다 실종되고 도피중인 동지가 돌아오기를 갈망하고 있다.
    압수되고, 두들겨 맞고, 체포당한 자유와 민주주의와 인권과 평등과 평화가 어서 빨리
  • 돌아오기를 열망하고 있다.
    댓잎이 살랑이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숨막히는 고요가 기다림의 절절함이라면,
    천지를 쿵쿵 울리는 역동적인 발자국 소리는 돌아옴의 당위에 해당한다.
    저 폭압의 시대에는 자식의 생사도 모르는 채 하염없이 뜬눈으로 눈물로 밤을 지새운
  • 어머니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 이시영 시인은 민중시를, 이야기시를, 우리말을 세공(細工)한 단시(短詩)를 선보여 왔다.
    근년에는 질곡의 한국 현대사를 스크럼을 짜고 함께 통과해온 인물들을 전면에 등장시키는 시를 써내고 있다.

  • 광주일고 1학년 생활기록부에 장래 희망을 법관으로 적어 놓은 해방전사 김남주, 휘파람 잘 부는 송영,
    마포추탕집에서 쭈글쭈글한 냄비에 된장을 듬뿍 넣고 끓여 함께 먹던 조태일,
    문단 제일의 재담가 황석영, 상갓집에 가면 제일 나중까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던 인심 좋은 이문구,
    섬진강서 갓 올라와 창작과비평사 문을 벌컥 열고 사과궤짝을 쿵 하고 바닥에 내려놓던 김용택 등등.

  • 그는 지나간 옛일들을, 고통의 역사를 애틋하게 따듯하게 불러낸다.
    특히 송기원과의 두터운 교분을 자랑하는 시편들은 왁자하고 눈물겹다.
    (이시영 시인은 송기원, 이진행과 함께 '서라벌예대 문창과 68학번 삼총사'로 불리기도 했다.)

  • 이시영 시인은
    "마치 이 세상에 잘못 놀러 나온 사람처럼 부재(不在)로서
    자신의 고독과 대면하며 살아온 사람"(〈시인〉)이 바로 시인이라고 말한다.
    그의 시는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미풍'이 되어 서러운 사람에게로 불어간다.
    가슴이 뭉클하다

 

 
출처 : 구름에 달 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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