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움큼의 목축이려 스스로
고통의 우물 속으로 들어가신
다 찌그러지고 깨진
두레박같던 손
초라한 젖 가슴
한쪽이라도 찢어 먹이려던
그 손 끝에
오직 바램 하나로 트고 갈라진
영혼의 살내음이여
천길 나락에서 나를 구하시려
한사발 맑은 물에 소망을 담아
몸이라도 던져 잡아 주던 손이
광주리 하나 가득 무말랭이처럼
슬픔에 말라 비틀어져도
손가락 하나쯤은
언제라도 선뜻 내주시던
당신의 그 마음을
벌레들의 기계적인 일상처럼
달라붙어 파먹던
우리 사남매
이제
당신 무덤 앞에
천 년이 지나도 볕들지 못할
어두운 햇살로 이리 얽혀
가슴을 치니
어머니
그만 무거운 짐
다 내려놓고
편히 쉬소서
구차한 삶속에
배고픈 허리 움켜쥐고
눈덩이 파먹던
한움큼 만큼도
세상의 동정도 없었지만
나는 그대가
세상조차 버린 그 손 끝에
인생을 움켜쥐고 간 이유를
이제야 조금은 알것 같소
사랑한다고들 말 한들
이미 가신 어머니
호 호 불어드릴
썪은 뼈마디조차 없어진 손
가슴을 찢어놓고
눈 감으면 아직도
모골이 송연하게 떠오르는
그래서 더욱 아픈
나의 어머니의 손
울며 텅 빈 계단
어디쯤엔가 잠들었을
앞에도 뒤에도
아무도 없던
그 시절의 끝자락에
매달린채 아직도
삐꺽거리는
어머니 의 손
아! 싫다
눈물 사이로
터져나오는
술 취한 독백(毒白) 만으로
난 아직도 그 손에
대못을 밖는 것은 아닌지...
인생길 구비마다
길들여진 느낌속에
아직도 분명 살아있는
어머니의 손
비라도 추적추적
내리는 이런 밤이면
찔레 덩쿨 문밖에 서서
옷고름에 눈물 찍어바르고 섰던
그때 그 손
추녀끝에 낙수물 같이
애초롭던 손끝
마디 마디 마다에
힘들게 살다가
구겨진 여정 속에서
가난이란 이름표만
서푼 가락지로 가물거리던
부끄러운 느낌속에
자식위해 기도하던
그손이
오늘은
이리 자식들 가슴에도
못질을 하는구나
아! 밉다
천지간에 뱀독처럼 내리는
밤 이슬위로
겹쳐지는 슬픔이
닭똥처럼 쌓여도
아랫목에 밥사발 하나는
꼭 묻어둔 채
꽁꽁 얼어터지던
슬픈 어머니의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