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 &書 ■/■ 詩 ...! ! !

[스크랩] [영상기획(19)] 겨울 바다/김남조

구름에 달 가듯이 2011. 5. 3. 19:03

 


 

        

겨울 바다 / 김 남 조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

    • [詩 감상 : 정끝별·시인]
    • 기도하는 사람을 본 적 있다.
      새벽 교회당 구석에서, 간절히 내뻗은 자신의 두 손을 부여잡고 고개를 떨군 채였다.
      소리 없이 일렁이는 가파른 등에서 겨울 바다 냄새가 났다.
      지난밤 내내 뚝 끊긴 생의 절벽 앞에 서 있다 온 사람의 등이었다.
      인간은 기도할 줄 아는 사람과 기도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구분되는지도 모른다.
    • 우리는 누구나 가슴에 새를 품고 산다,
      미지라는 한 마리 새를. 삶에 대한 자신의 의지 혹은 희망을 우리는 그렇게 부르는 것이리라.
      그 새를 잊지 않고 간직한 사람은 미지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자이다.
      그러나 미래의 새를 잃어버린 사람은 '겨울 바다' 앞에 서기도 한다.
      그곳은 절망의 끝 혹은 허무의 끝일 것이다.
    • 보고 싶던 미지의 새들은 죽어 있고 매운 바닷바람에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버린,
      허무라는 마음의 불(心火)로 불붙은 겨울 바다.
      그 죽음의 공간에서 시인은 시간의 힘을 깨닫는다.
      시간은 모든 걸 해결해 준다는 말도, 세월이 약이라는 말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우리를 맑게 깨우치고 우리를 키우는 건 세상을 항해 '끄덕이게' 하는 보이지 않는 시간이다.
    • 기도는 시간을 견뎌내는 데서 비롯된다.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해달라는 심혼(心魂)의 기도는,
      저 차디찬 바다를 수직으로 관통하는 '인고의 물기둥'을 세우는 일이었으리라.
      '허무의 불'을 '인고의 물'로 버텨내는 것이야말로 시간의 힘이고 기도의 힘이다.
    • 김남조(80) 시인은 기도하는 시인이다.
      팔순을 맞이하여 어언 60여 년의 시력(詩歷)으로 간구해온
      그의 시편들은 사랑과 생명과 구원으로 충만한 기도들이다.
    •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설일(雪日)')를 낭독하는,
      떨리는 듯한 그러나 결기 있는. 시인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출처 : 구름에 달 가듯이..........
글쓴이 : 구름에달가듯이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