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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영상기획(52)]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김선우

구름에 달 가듯이 2011. 5. 3. 19:16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김선우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대가 꽃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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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감상: 문태준·시인]
  • '입아아입(入我我入)'이라고 했다.
    저것이 나한테 들어 있고, 내가 저것 속에 들어 있다고 했다.
    이 세계는 서로가 연결되어 주고받는 중중무진(重重無盡) 연기의 세계이다.
    '법화경'을 보면 입아아입을 몸소 실천한 상불경보살(常不輕菩薩)이라는 이가 있다.

  • 그는 길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나는 당신을 공경합니다. 나는 당신을 가벼이 여기지 않습니다"고 말하면서 살았다.
    막대기나 돌멩이로 때릴 때도 피해 도망가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후일에 많은 사람은 상불경보살의 큰 사랑을 알고 그를 예배 공경했다지만.

  • 김선우(38) 시인은 90년대 여성시의 흐름을 이어오면서 여성의 '육체성'을 재발견하는
  •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그녀의 시를 읽으면 상불경보살이라는 이가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의 시는 너와 나의 차별이 없는 큰 화해와 사랑의 세계를 발언한다.
    해서 그녀의 시에는 "너의 영혼인 내 몸"이라는 표현이 나오고,
    "나 아닌 것들이 나를 빚어/ 그대 아닌 것들로 빚어진 그대를 사랑하오니"와 같은 표현이 등장한다.
    젊은 여성 시인인 그녀가 우주 생명에 대한 무차별적 사랑을 가붓한 어조로 고백하는 이유는
    이 물질세계를 "고맙고 미안해하던 마음의 떨림이 없고 (상품과 화폐만 있고) 자못 괴로운
  • 포즈만 남았다"고 인식했기 때문인 듯하다.

  • 아무튼 그녀의 시는 딱한 생명을 뱃속에 품고 강보에 받아내고 젖을 먹여 길러내는 모성을 보여준다.
    오르가슴을 느끼는 여성의 몸을 과감하게 등장시켜 관능적이기도 하지만,
    "아프지 마, 목숨이 이미 아픈 거니까/ 아파도 환한 벼랑이 목숨이니까"라고 말할 때 알 수 있듯이
    그녀의 시는 사바세계의 가엾은 목숨을 살려내는 천수관음(千手觀音)의 마음을 지녀
    몸을 섞고 탐하는 쾌락을 넘어선 자리에 있다.
  • 개화(開花)를 모티프로 삼고 있는 이 시는 그 뜻이 비교적 쉽게 읽힌다.
    그러나 꽃피는 꽃의 몸과 내 몸을 교차시키면서 이 시는 의미의 확장을 얻는다.
    꽃과 꽃벌의 혼례가 꽃과 나와의 혼례로 얽혀 읽히면서 이 시는 심상치 않은 의미를 낳는다.
    그것은 성애적인 열락을 넘어선다.
    그러나
     "사랑이여 쓰러진 것들이 쓰러진 것들을 위해 울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랑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더 "밥알을/ 서로의 입에 떠 넣어주"며 살아야 하는가.

 

 
출처 : 구름에 달 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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