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 &書 ■/■ 詩 ...! ! !

[스크랩] [영상기획(06)] 동천/ 서정주

구름에 달 가듯이 2011. 5. 3. 18:58

 


 

 

서정주 '冬天(동천)'

 

내 마음 속 우리님의 고은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 ******************************************
    [해설 : 문태준,시인]
  • 겨울 밤하늘을 올려 본다.
    얼음에 맨살이 달라붙듯 차갑고 이빨은 시리다.
    문득 궁금해진다.
    미당(未堂) 서정주 시인은
    왜 한천(寒天)에 사랑의 일과 사랑의 언약과 사랑의 얼굴을 심어 두었을까.
    손바닥으로 쓸어보아도 온기라고는 하나 없는 그곳에 왜 하필 사랑을 심어 두었을까.
    매서운 새조차 '비끼어 가'는 사랑의 결기를 심어 두었을까.
  • 생심(生心)에 대해 문득 생각해본다.
    처음으로 마음이 생겨나는 순간을 생각해본다.
    무구한 처음을,
    손이 타지 않아서 때가 묻지 않은 처음을.
    부패와 작파가 없는 처음을.
    신성한 처음을.
    미당이 한천을 염두에 둔 것은 처음의 사랑과 처음의 연민과 처음의 대비와 처음의 그 생심이
    지속되기를 바랐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심어 놨'다고 한 까닭도 생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심는다는 것은 생육(生育)한다는 것 아닌가.
    여리디 여린 것, 겨우 자리 잡은 것, 막 숨결을 얻은 것, 젖니 같은 것
    이런 것이 말하자면 처음이요, 생양해야 할 것들 아닌가.
    미당은 초승달이 점점 충만한 빛으로 나아가듯
    처음의 사랑 또한 지속되고 원만해지기를 기도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 미당의 시에는 생명 없는 것을 생장시키는 독특한 영기(靈氣)가 서려 있다.
    그는 시 '첫사랑의 詩' 에서
     '
    초등학교 3학년때
    나는 열두살이었는데요.
    우리 이쁜 여선생님을
    너무나 좋아해서요.
    손톱도 그분같이 늘 깨끗이 깎고,
    공부도 첫째를 노려서 하고,
    그러면서 산에가선 산돌을 줏어다가
    국화밭에 놓아 두곤
    날마다 물을 주어 길렀어요. - 라고 하지 않았던가.
     
    산돌을 주워 와서 물을 주어 길렀듯이
    이 시에서도 미당은 '고은 눈썹'을 생장시키는 재기를 보여준다.
  • 미당의 시에는 유계(幽界)가 있다.
    그는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라며
    황홀을 노래했지만 그는 우주의 생명을 수류(水流)와 같은 것으로 보았다.
    흘러가되 윤회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 운행에서 그는 목숨 받은 이들의 만나고 헤어지는 일을 노래했다.
    목숨 없는 것에는 목숨의 숨결을 불어 넣었다.
    미당의 시의 최심(最深)은 삶 너머의 이승 이전의 유계를 돌보는 시심에 있다.
    이 광대한 요량으로 그는 현대시사에수많은 활구(活句)를 낳았다.

 

 
출처 : 구름에 달 가듯이..........
글쓴이 : 구름에달가듯이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