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 &書 ■/■ 人 生....

연탄한장 ...

구름에 달 가듯이 2011. 5. 19. 03:01

  

 

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위에서 미끄러져 크게 다친 이후로 그녀는 겨울만 되면,

특히 눈오는 날은 공포에 휩싸여 노는 날이였음 좋겠다는 그녀..

"슬아 나 겨울이 무섭다 눈오면 모래주머니 들고 다녀야할 거 같아.."

"왜? 아..모래 뿌리면서 다니려구?"

"어..나 걷는 거 보면 나랑 절대 안만날라고 할껄?"

"그정도야?"

"응..예전엔 연탄재를 뿌셔놔서 그래도 안전했었는데 요즘은.." 중략

 

울처럼 몸도 맘도 그리고 경제도 써늘..

연탄재 이야기가 나와 문득 연탄에 대한 추억이 뿌옇게 떠오른다

겨울이 오기전 시커먼 연탄을 실은 용달차나 리어카가 많이도 다녔던,

다타고 재만 남은 연탄재는 대문밖 한귀퉁이에 모아져 있다

눈오는 날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었던..

 

섭고 엄한 아버지는 다행스럽게도 잔정은 많으시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시는 아버지 손에는 늘 까만봉다리가 들려져 있었다

그때문인지도 모른다

늦은 귀가임에도 몸은 쿨쿨자고 있어도 귀는 깨어 있었다

아버지의 귀가를 알리는 현관문 소리는

하루의 행복을 선사하는 이쁜 포장지속의 선물과도 같았다


탄 보일러실로 들어가 술안주 겸 밤참였던 오징어, 쥐포

그리고 어쩌다지만 생선이나 고기를 구워 내오시면

자다 일어나 뻗힌 머리들로 달려들어 입맛들을 다시며

"어서 먹어라."라는 말 떨어지기 무섭게 냠냠쩝쩝거리며 먹어 대는 모습을

비록 잠시 스친 미소였지만 흐뭇해 하시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면

정말 우리 아버지가 맞나싶을만큼 그때만은 무서운 아버지가 아니셨다..

 

버지는 그랬었던 것 같다

힘들어도 힘들다라는 말대신,

슬프고 괴로워도 그 말대신에 화로 대신했었던게다

누구에게도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을테니깐..또 중략..


목 올라 잘 먹지도 못했던 잔치국수를 자처해서 찾아대질 않나,

이젠 연탄까지 그리운 걸 보면..

언제부턴가 제일 먼저 추위를 느끼게 하는 어깨와 등시림..

어릴 때, 어깨와 등을 감싸주는 연인들의 모습을 볼 때면

"왜저래?"했었는데 이젠 그런 모습들이 훈훈해 보인다는..


릴 적, 겨울만 되면 외출하셨다 돌아오시는 엄마는

뜨거워 앉지도 못하겠는 아랫목에 등부터 갖다 대신다

가끔 "으으 등시려..",  "등 좀 지졌음 좋겠네.."라는 말을 하시면

등이 왜 시릴까..등은 왜 지지지?..하며 갸우뚱거렸던

그말을 이제는 완전 공감한다


숭 떠느라 입밖으로 내뱉지 못했던 그말을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도 시리고, 마음도 시린 오늘 같은 날,

연탄으로 뗀 방바닥에 "등 지지고 싶다.."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한장 되는 것.


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장도 되지 못하였네


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 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 안 도현의 '연탄 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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