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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의 정사

구름에 달 가듯이 2011. 5. 27. 05:08

 

 

 

 

 

빗속의 정사 / 파란바다

 



무관이 되어
쫓겨나는 밀림의 왕자
다 잃고서 온
가죽 상처투성이 인체
비에 젖은 초원을
석양 따라 걷는다
희미해져 가는
고통 속에서
무리를 빼앗긴
젊은 암사자
마주 오고 있다
동공 풀린 눈빛
야성의 눈빛은
찾을 길이 없다

이웃 무리의 영토 싸움에서
모조리 동족들은 비명과 피비린내 속에서
숨을 거두고,
같이하지 못한 비련의 젊은 암사자
죽음을 동경하며 절벽을 향하여
무겁디 무거운 걸음 옮긴다
천근만근의 무게로

죽음의 그림자 가득한 두 야수
마지막 불꽃 속으로 뛰어든다
하나 되어,
불 속으로 떨어진다
온 몸 흙투성이 되도록
빗 속 뒹굴며 죽도록 날뛴다
비는 열기를 식혀줄 것이요
빗줄기는 시야를 가려줄 것이다
짜릿하게 전율한다
대담하게 불붙은
두 몸뚱어리는
김이 무럭 솟아날 것이다

울부짖는 괴성은
빗줄기 따라 허공으로 흩어질 것이다
역동적으로 포효하는 울음으로 그래
죽음을 부르는 게야
사랑의 절규


귀를 찢는 괴성
하늘에선 뇌성이 응답을 하고
불타는
두 몸뚱이를 향하여
먹구름은 모여들리라

끊어졌다 이어지는 울부짖음에
놀란 하늘은 벼락을 치고
재가 될까 두려운 소나기는
억수같이 쏟아져 내리고
한바탕 피끓던 소용돌이 잦아들면
널브러지는 두 청춘

불타는 몸 위로 찬비만 하염없이 내린다
죽은 듯 헝클어진 고깃덩어리 위로
찬비만 하염없이 쏟아 붓는다
어쩌다 꿈적이는 눈동자 위로 눈물이 고였다 떨어진다
소진한 몸뚱이는 누워 있고
빗소리만 조문하듯
방울 맺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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