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 &書 ■ 563

[스크랩] [영상기획(42)]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 황지우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 황 지 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零下) 십삼도(十三度) 영하(零下) 이십도(二十度) 지상(地上)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裸木)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

[스크랩] [영상기획(41)] 6은 나무 7은 돌고래, 열번째는 전화기 -박상순

6은 나무 7은 돌고래, 열번째는 전화기 -박상순 첫번째는 나 2는 자동차 3은 늑대, 4는 잠수함 5는 악어, 6은 나무, 7은 돌고래 8은 비행기 9는 코뿔소, 열번째는 전화기 첫번째의 내가 열번째를 들고 반복해서 말한다 2는 자동차, 3은 늑대 몸통이 불어날 때까지 8은 비행기, 9는 코뿔소, 마지막은 전화기 숫..

[스크랩] [영상기획(39)] 전라도 가시내 / 이용악

전라도 가시내 / 詩 : 이 용 악 알룩조개에 입맞추며 자랐나 눈이 바다처럼 푸를뿐더러 까무스레한 네 얼굴 가시내야 나는 발을 얼구며 무쇠다리를 건너온 함경도 사내 바람소리도 호개도 인전 무섭지 않다만 어드운 등불 밑 안개처럼 자욱한 시름을 달게 마시련다만 어디서 흉참한 기별이 뛰어들 것..

[스크랩] [영상기획(38)] 긍정적인 밥/ 함 민 복

긍정적인 밥/ 함 민 복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

[스크랩] [영상기획(37)] 문의(文義)마을에 가서/ 고 은

문의(文義)마을에 가서/ 고은 겨울 문의(文義)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닿은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닫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소백산맥 쪽으로 벋는구나. 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 ..

[스크랩] [영상기획(36)] 우리 오빠와 화로 - 임화

[詩 감상: 문태준·시인 ] <1929> 임화(1908~1953)는 일제강점기에 사회주의 문학운동을 표방한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KAPF)의 핵심 멤버로 카프의 서기장을 지낸 시인이자 평론가였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임화는 모던 보이였다. 영화 '유랑'과 '혼가'에서 주연을 맞기도 해 '조선의 발렌티노'로 ..

[스크랩] [영상기획(34)] 어떤 적막/ 정현종

어떤 적막 / 정현종 좀 쓸쓸한 시간을 견디느라고 들꽃을 따서 너는 팔찌를 만들었다. 말없이 만든 시간은 가이없고 둥근 안팎은 적막했다. 손목에 차기도 하고 탁자 위에 놓아두기도 하였는데 네가 없는 동안 나는 놓아둔 꽃팔찌를 바라본다. 그리로 우주가 수렴되고 쓸쓸함은 가이없이 퍼져나간다. ..

[스크랩] [영상기획(33)] 저녁의 염전/ 김경주

저녁의 염전 /김경주 죽은 사람을 물가로 질질 끌고 가듯이 염전의 어둠은 온다 섬의 그늘들이 바람에 실려온다 물 안에 스며 있는 물고기들, 흰 눈이 수면에 번지고 있다 폐선의 유리창으로 비치는 물속의 어둠 선실 바닥엔 어린 갈매기들이 웅크렸던 얼룩, 비늘들을 벗고 있는 물의 저녁이 있다 멀리..